2010년 6월 10일 목요일

가로수 그리고 교회

어제 인천에서 온 친구를 선바위 역에 데려다주고 나니, 이미 시내버스 막차가 끊긴 시간이었다.
(양재방향에서 오는 버스는 사당방향보다 일찍 끊긴다.)

택시를 탈까 걸을까 하다가... 그냥 걷기로 작심하고 걷고있었다.
옛 길을 걸어오면서, '나무 한번 참 좋다'하고 생각하며 걷고있는데
갑자기 대머리 플라타너스가 보였다.

휑~하다

왜 플라타너스가 이렇게 모양새 이상하게 되어버렸을까 하는 의구심?

과천시청에서 나무 전지하다가 잘못해서?...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과천 시청은 나무의 키는 별로 관여하지 않는지, 전지를 할 때 아랫부분을 다듬지 윗 부분을 무식하게 잘라내지는 않는다. 결정적으로 서로 붙어있는 이 두 그루의 나무만 이런 모양으로 되어있는 것을 보니 다른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의외로 답은 간단히 나왔다.
나무 뒷편에 건물이 있었고,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그 두 그루의 플라타너스가, 다른 친구들처럼 풍성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으면 현수막들과 건물의 전반적인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던 것...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무슨 백화점 바겐세일 현수막도 아니고, 건물에 흉물스러운 현수막을 붙인 것도 모자라
현수막을 보이게 하기 위해서 나무까지 엉망으로 만들어 놓다니...


교회가 뭔가 한참 생각했다.
내가 알고있는 교회는.....
지역사회에 스며들고, 사람들이 함께하는 교회다.

뭐 그리 대단한걸 광고하길래
30년 된 가로수를 저렇게 잘라내고
뭐 그리 대단한 행사를 하기에
주말이면 도로 갓길에 주차를 해서, 길을 기름 낀 혈관처럼 만들어 버리는지...


참 몹쓸짓이라는 생각만 든다, 이제는.
정을 주려고 해도 줄 생각이 안든다....

이게 무슨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라는 말인가.....
진정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라면....
설령 자신들이 자른 나무가 아니라도
나무 한 그루 더 심고
금전적인 여유가 된다면
공원도 조성하고 그래야 하지 않을까?....


나무 몇 그루로 그 교회를 판단하고 싶지는 않지만
교회가 빛을 발하려면
자신을 세우는게 아니라
한걸음 더 낮아져서 섬기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만일 소금이 짠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만들겠느냐? 그런 소금은 아무 데에도 쓸데없어 밖에 내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있는 마을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등불을 켜서 됫박으로 덮어두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등경 위에 얹어둔다. 그래야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을 다 밝게 비출 수 있지 않겠느냐? 너희도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을 사람들 앞에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Mark 5:13-16 공동번역 개정판

댓글 2개:

  1. 그렇구나...

    글쎄 근데 교회가 여유가 되면 공원을 조성하고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회의감이 드는데~ㅋ

    교회의 일차적 소명은 복음 선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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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혜민 - 2010/06/15 09:48
    으흐흐 그 부분은 그렇징ㅋㅋㅋ

    물론 1차적인 소명은 복음선포지ㅋㅋㅋ

    그걸 이루는 방법중에서, 지역사회에 스며드는 방법을 난 쓴거고~



    내가 요즘 추구하는 교회 상이 있어서 그렇게 얘기한거야ㅎ

    그건 한 가지 '안'일 뿐이니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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